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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과 묵상
- 오랫동안 준비했던 프로젝트가 당선됐다 불경기에 내년 연봉걱정을 덜어 줄 소식에 사내게시판은 들썩였고 여기저기서 축하메시지가 온다 뒤풀이 술자리를 가지게 됐다 열다섯 명 남짓한 사람들이 서로의 눈을 번갈아 마주쳐가며 술잔을 부딪히고, 격려한다 결과가 좋았기에 망정이지 낙선이었으면 우리팀 공중분해 될 뻔했다고 예전엔 하지 못했던 무서운 농담도 한다 술기운이 좀 올랐을 때였을까 이번 프로젝트 총괄을 맡은 MA(Master Architect)와 눈이 마주쳤다 평소엔 대화할 일 없는 사람인데 내 나이를 묻더니 뭇 어른들이 그렇듯 그 연차 때 자신이 겪었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한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 듣는 얘기는 화자도 청자도 다음날이면 잊어버려서 나도 너무 에너지 써가며 귀담아듣지 않는다 그렇게 온갖 소음 사..
- 파견근무 중에도 교육이나 단기 프로젝트 등 이런저런 이유로 분기에 한 번씩 서울에 있는 본사에 올라올 일이 생긴다 이제 가면 또 언제 올지 모르기에 입사동기들은 내가 오는 날에 맞춰 식사를 하곤 한다 그렇게 저번주에 점심을 먹었는데 동기 한 명이 휴직서를 냈다고 한다 사연을 들어봤다. 큰 프로젝트를 하나 끝냈는데 막상 여유로워지니 가만히 앉아있는 게 불안하고 작은 문제가 생기면 필요 이상의 압박감에 손이 떨리고 집중이 안되고 가슴이 답답했다고 한다 자신도 모르는 새 누가 마음 한구석에 구멍 같은 걸 뚫고 간 느낌이란다 고민 끝에 정신과에 갔더니 거기선 그걸 번아웃증후군이라고 한단다 너무 열심히 한 나머지 자신을 돌보지 못해 생기는 병 그제야 자신이 환자라는 사실을 인지했고 지금 약을 먹으며 회복 중에..
- 중요한 것 일수록 왜 시간이 흐르면 정신은 희미해지고 행위만 남을까 끊임없이 접하는 새로운 상황 새로운 가치관, 새로운 난관을 만날 때마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어떤 말과 행동을 해야 할지 나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고민한다 그렇게 살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시대를 따라 가지고 있던 기준을 버리거나 시대를 외면하고 맹목적으로 기준에 집착하게 된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자기만의 기준이 없어 항상 흔들리는 사람이 되거나 자기만의 세계에 갇힌 답답한 사람이 된다 나쁜 의도는 없다 그저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자신을 잃지 않고 잘 살아보고 싶은 마음 어쩔 수 없이 당장에 보이는 무언가에 매달린다 옛날에는 그 대상이 율법이었나 보다 성경말씀을 상황에 맞게 끊임없이 해석하고 구체적인 행동기준을 찾는 것은 정말 어려..
- 10 계명 시리즈가 끝났다 다 듣고 보니 한 분기가 훌쩍 지나갔다 내용이 워낙 많아서 모두 소화시키는 데에도 꽤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 삶에 적용시키는 데까지는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까 이 시대에 빗대어 설명해 주신 덕분에 10 계명이 삶에 적용될 수 있음을 알게 되어 감사하다. 하지만 그 깊이와 어려움이 너무 와닿은 나머지 의도를 이해하는 것을 넘어 내 행동의 기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 탐심을 비롯해 성경에서 경계하라고 말하는 것들은 결과적으로 나를 불행하게 만든다고 하셨지만 그것들의 시작 역시 스스로 느끼는 결핍이다 시작도 끝도 불만족인 답없는 세상살이다 결핍은 내 안에 확고한 원칙이 없는 상태에서 바깥을 바라볼 때 느낄 수 있는 감각이다 죄는 그 공허함을 채우는데만 집중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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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요일 즈음이었나 몸살기운이 있는데 기침이나 코막힘은 없어서 이게 감기도 아니고 뭘까 답답해하다가 근처 내과를 방문해 담당선생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최근 바깥음식을 자주 먹어서 가벼운 장염에 걸린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주사를 맞고 약을 먹고 몸이 나아지면서 난 내가 점점 아프지 않다는 것보다 내가 아픈 이유가 장염 때문이었고 요즘엔 그게 다른 증상 없이 몸살기운만 있을 수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게 더 기분 좋았다 난 메시지나 결론이 명확한 것을 좋아해서 웬만하면 내가 하는 말이나 쓰는 글도 먼저 머릿속에서 생각이 정리되고 그것을 누군가와 나눌 때 쉽게 설명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달여낸 결과물이었으면 한다 물론 생각처럼 되지 않을 때가 많다 어떤 주제를 접할 때 생각이 비교적 명확하..
- "부부관계 외 혼전관계는 죄" 여느 때처럼 중간열 살짝 뒤에 앉아서 목사님 말씀을 듣고 있었다 괜스레 눈알을 굴려 주변눈치를 보게 된다 이성관계에 대해 그리스도인이 생각할 때 출발점이자 전제가 되어야 하는 저 명제는 여전히 많은 질문과 논란거리를 품고 있다 부부의 기준이 무엇인가? 어디까지를 관계라고 볼 수 있는가? 시대마다, 사람마다 다른 정의에 누군가는 안도하고, 누군가는 저항한다 비단 성적인 문제뿐일까 사회의 기준과 성경의 기준은 많은 부분에서 갈라진다 나는 1주일 중 5일은 사회,1일은 집,1일은 교회에 있다 그래서 집단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는 주제를 접할 때 반성, 자책, 불편감이 이리저리 섞여 내면을 부풀리고 떠밀어 말문이 막히게 한다 사회생활 4년 차. 물리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난 어느 ..